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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탐사선'이 찍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

1990년,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보이저 1호는 지구의 지령에 따라 자세를 제어, 신호 도달에 6시간이 걸리는 명왕성 근처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조준해 사진을 찍었다. 여기에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보이저 프로젝트에 참여한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의 카메라 방향을 지구 쪽으로 돌려 찍자는 제안을 했다. 

칼 세이건이 이 사진을 표지로 실은 저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서 말하기를, 자신도 그 머나먼 거리에서 지구를 찍는 것은 과학적 활동과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긴 하나, 우주 속 인류의 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해서 제안했다고 한다. NASA 측도 대체로 세이건의 의견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나, 칼 세이건의 생각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한 보이저 1호에게 만에 하나 태양빛 때문에 렌즈에 손상이 가는 것을 원치는 않았고 제안은 무산되나 싶었다. 

12년가량이 지난 후 보이저 호의 계획됐던 임무들이 모두 끝난다. 칼 세이건의 제안에 꽤나 호의적이었던 전 우주 비행사 리처드 트룰리가 NASA 국장이 되었고 그는 보이저 호의 카메라를 돌려 지구 쪽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지시하는데, 그것이 바로 아래의 사진이다. 사진을 찍은 날짜는 1990년 2월 14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