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영어 표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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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영어 표기 논란


2023. 1. 27.

 

설날의 영문 표기는 크게 Chinese New Year을 지지하는 측과 Lunar New Year을 지지하는 측으로 나뉜다.
한편 이 외에 Seollal 등 제 3의 표기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CNY(Chinese New Year) 측 의견


같은 태음태양력도 조금씩 계산이 다른데, 현재 대한민국이 사용하는 음력 역법은 조선 시대에 중국에서 만든 시헌력을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설날과 중국의 춘절이 겹친다.

따라서 중국산 역법으로 설날을 계산하기 때문에 CNY라고 표현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당연하게도, 설날을 CNY라고 표현한다고 해서 한국 설날이나 베트남 설날이 중국 것이 되지는 않는다. CNY는 단순히 '시기'의 이름일 뿐 '풍습'의 이름은 아니기 때문이다. CNY에 중국은 춘절을 쇠고 한국은 설날을 쇤다고 말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물론 Chinese가 붙는다는 이유로 중국의 국수주의 네티즌들이 문화공정을 시도할 수 있으나, 그것은 문화공정을 비판하고 반박하면 되는 일이지 CNY를 척결해야 하는 이유는 아니다. CNY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문화공정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설날이 중국에서 기원한 날짜는 맞지만 각국에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기념하고 있으니 CNY가 틀리다고 한다면, 크리스마스 같은 다른 명절들도 한국에서는 기원과 다른 기념풍습으로 쇠고 있으니 명칭을 바꿔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 주장은 CNY 문제와 결이 좀 다른데, '크리스마스'는 애초에 날짜, 문화 모두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다른 나라 기원 문화이이다. 하지만 '설날'은 중국의 '춘절'과 기원이 다른 한국 고유의 새해 맞이 문화이다. 그저 날짜만 중국에서 들여왔다는 뜻이다.
그러니 크리스마스와 개념이 달라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없다.

비슷하게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는 한국인이 먹어도, 미국인이 먹어도, 중국인이 먹어도 전부 프렌치 프라이라고 표기한다. 기원이 프랑스 파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프랑스 관계가 악화되자 본 논란과 비슷하게 미국에서 '프렌치'가 보기 싫다며 프리덤 프라이라고 바꿔 부른 적이 있기는 하나, 금방 원래 이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당시 개명을 주도했던 하원의원 월터 B. 존스는 그 일이 본인 정치 인생 최대의 오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CNY 역시, 동양권에서 쇠는 설이 중국식 시헌력으로 센 설이니까 'Chinese new yaer'가 됐을 뿐이다. 이를 문제삼는다면, 한자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다른 문화권도 쓰는데 왜 'Chinese character'라고 표기하는가?



전술했다시피, 어떤 문화요소의 기원이 중국이라는 것은 그 문화요소에서 파생된 모든 문화가 중국 것이라는 주장을 함축하지 않는다.

율리우스력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해서 율리우스력이고, 그레고리력은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반포해서 그레고리력이다. 이처럼 기원을 밝히는 것은 흔한 명명법에 속한다. 현재 음력설은 중국식 시헌력으로 계산하므로 CNY로 표기하거나, 혹은 시헌력(Shixian calendar)에서 따와 Shixian new year라고 부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시헌력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직관성을 고려해 CNY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표기를 필요 이상으로 경계할 필요는 없다.



CNY를 LNY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세게 여러 나라의 음력 역법을 모두 무시한 채 중국 역법만 음력 역법이라고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 인도와 이슬람 문화권을 비롯해 음력 역법을 사용하는 곳은 많다.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Lunar New Year이라는 단어는. 이슬람력의 새해만을 뜻해야 한다. 왜냐하면 동아시아의 역법은 윤달을 넣어서 음력과 양력간의 차이를 보완하지만, 이슬람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달의 기울기를 따져 날짜를 계산한다는 음력의 본래 의미를 고려하면, 가장 순수한 음력은 설날도 춘절도 아니고 이슬람력의 새해 기념일이다. 따라서 흔히 동아시아권에 퍼져 있는 태음태양력 새해는 직역시 ‘Lunar New Year’이 아니라 ‘Lunisolar New Year’이 되어야 한다. 물론 태음태양력도 중국식 시헌력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렇게 바꾼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즉, 춘절 또는 설날을 Lunar new year로 표현하는 것 역시 태음태양력과 음력의 차이를 무시하고 음력 = 중국 시헌력으로 대표시키는 것이라 중화사상이 들어가 있다고 지적받을 수 있다.


미국 활자 신문 아카이브 에서 검색해 보면, 1963년 까지 CNY는 7700건인 반면 LNY는 77건이다. 그나마 LNY는 다른 문화(유대인 등)가 혼재되어 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공식적으로 LNY로 부르라는 미국조차 현실은 아직도 5:5 정도고 영국은 76:24고 캐나다는 62:38이다. 영어만 쓰는 영미권으로 한정해 봐도 그냥 CNY로 불러왔음을 알 수 있다.

 

 

LNY(Lunar New Year) 측 의견


양력 1월 1일을 보자. 이 양력 새해의 기원이 되는 그레고리력은 율리우스력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율리우스력은 고대 로마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양력 1월 1일을 'Romana New Years'라고 하지 않고 'New Years Day'이라고 표현한다.
만약 시헌력 반포가 중국에서 시작되었기에 음력 새해를 'Chinese New Year'라고 불러야 한다면, 마찬가지로 양력 새해는 'Romana New Years' (혹은 '그레고리 뉴 이어')라고 불러야 한다.

따라서 위에 기원 표기에 대한 거부감에 대해 반박하자면,
율리우스력, 그레고리력 모두 (양력) 역법을 만들거나 반포한 사람의 이름을 본따 '역법 이름'을 지은 것이지 '양력 새해'에 그들의 이름을 새겨넣지 않았다.
하지만 CNY는 '음력 새해' 자체에 기원을 명시했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시헌력 '역법 이름'에 'Chinese'가 들어가거나 'Shixian calendar'로 표기한다면 상관 없다.

즉, 양력 새해는 역법의 기원과 반포에 상관 없이 'New Years Day'라고 표현하면서 음력 새해는 'Chinese New Year'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중잣대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음력설은 서기 488년 신라 비처왕 시절 설날을 쇠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있으며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졌다. 일본은 현재 양력설을 쇠고 있어 본 논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한국처럼 시헌력에 기반한 음력설을 쇠고 있다. 이 외에 중화권 국가들도 음력설이 공휴일인 곳이 많다.

영어 위키피디아를 참조해보자면, Lunar New Year(설날) 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Chinese New Year(중국 설날), Korean New Year(한국 설날), Japanese New Year(일본 설날) 등으로 각 국가별로 하위 분류시켜놓고 있으며, 이를 통칭하는 설날 자체는 Lunar New Year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야 기본적으로 '설날' 하면 당연히 한국식 설날을 의미하는 만큼 따로 '한국식 설날'이라고 붙여 부르진 않지만, 설날이라는 문화가 없는 영미권에서는 설날을 기리는 동양 각국의 방식이 문화마다 다르므로 이런 식으로 국가별 설날을 세분화시켜놓은 것이다.
'ㅇㅇㅇ New Year'은 단순히 날짜를 의미하는게 아닌 그 날을 기리고자 하는 각 나라 마다의 고유한 '문화'를 의미하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Chinese' 라고 환원시켜 버리면 다른 국가들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게다가 같은 시헌력을 쓴다고 설날 날짜가 늘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2028년 설이 우리는 1월 27일인데, 중국은 1월 26일이고. 1985년 설이 우리는 2월 20일이었는데, 베트남은 1월 21일이었다.



'Chinese'가 시헌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올바르다는 것은 Chinese의 뉘앙스를 일부러 숨기는 것이다. 또 시헌력은 서양의 천문학 지식을 받아들여 만든 것이다. 중국 황제가 반포했을 뿐 온전히 중국 역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본 논란이 나라 이름이 붙어있는 다른 단어의 사례와 다른 점은, 그 나라가 다름아닌 중국이라는 데 있다. 지금 현재도 국수주의 중국 네티즌들은 설날이 중국 춘절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CNY는 이러한 억지 주장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기에 유독 논란이 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음력 설날의 표기도 'Chinese New Year'가 맞다고 주장하며 'Lunar New Year' 라는 표기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례로, 오버워치, 소녀시대의 서현, 영국 박물관, 서경덕 교수등이 Lunar New Year을 쓰자 Chinese New Year가 맞다는 중국인들의 댓글 테러를 받은 바 있다. 그 외에 NewJeans의 다니엘이 Chinese New Year을 쓴 것에 대해 사과하자 '맞는 표기를 했는데 왜 사과하냐'는 중국인들의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중국 시헌력을 태음태양력의 표준으로 삼은 것은 맞지만, 한국의 설날과 중국의 춘절은 '음력 새해를 기린다'는 개념만을 공유할 뿐 이를 기리는 방식은 각각의 고유한 '문화'로 이는 엄연히 다른 문화이다.

서구권에서 음력 설이 모두 Chinese New Year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한국 설날의 풍습을 비롯해 음력 설을 쇠는 모든 나라들의 문화들이 중국의 춘절에서 기원한 것이라 착각할 수도 있고, 중국의 문화공정이 노리는 바가 바로 그런 것이기에 경계해야만 하는 표기이다.



일부 서구권에서는 '모든 음력 설날' = 'Chinese New Year' 라는 표기가 잘못 굳혀졌다. 이는 음력이라는 문화가 서양권에는 없다 보니까 이들 입장에서는 동양만의 독특한 문화인 것인데, 알다시피 동양 문화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일부 서양인들은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크게 세분화해서 각 국가별로 이미지를 가지기 보다는 그냥 '동양'이라는 하나의 큰 카테고리로 그 이미지와 문화를 뭉뚱그려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고 땅이 큰 중국을 동양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보편적으로 떠오르다 보니까 동양적인 것하면 무조건 중국으로 퉁치는 결과물인 것이다.

당연히 이는 스테레오타입, 오리엔탈리즘이며, 중국 외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하지 않는 표현이기 때문에 정치적 올바름을 중시하는 서양권에서는 Chinese New Year 대신에 Lunar New Year을 쓰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Merry Christmas가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에게만 편향적이라며 불교, 이슬람 등 다른 종교인들도 불편하지 않게끔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Happy Holidays로 바꾸자는 움직임과 일맥상통한다.

'Chinese New Year'라는 표현이 애초에 중국인들이 영어권에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며 서양 사람들의 무관심과 오리엔탈리즘에서 비롯된 표현에 가깝다. 중국인들이 직접 만들었다면 중국 내에서 압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춘절(春節)'의 직역인 'Spring Festival' 혹은 역시나 널리 사용되는 '농력신년(農曆新年)'의 번역인 'Lunar New Year'를 골랐을 것이다. Chinese New Year라는 표현은 애초에 중국인들이 아닌 영미인들이 지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러니 이제 와서 중국인들이 'Chinese'라는 단어에만 꽂혀서 이를 강요하는 태도는 역사와 맥락에 무지한 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욱 비웃음을 사게 되는 것이다.



CNY 옹호 측에서는 시헌력 외에 다른 음력 역법도 많기 때문에 CNY와 LNY가 일대일로 대체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그렇게 엄밀하게 따지면 문제없이 쓸 수 있는 단어도 몇 없어진다. 단어 표기에서는 대중성과 구분가능성이 중요하며, 대체어의 선정은 이를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일례로 이슬람력(Islamic new year)은 이슬람 국가 내에서도 나라마다 다르고 특히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는 꽤 다르다. 하지만 그냥 'Islamic new year'로 표기하고 있다. 또한 'Thanks giving day'도 엄밀성이 들어가게 되면 영국은 'Lammas Day'고 독일은 'Erntedankfest'고 네델란드는 'dankdag'인 등 바리에이션이 다양하지만 우리는 그냥 추수감사절로 퉁친다. 이처럼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완벽한 것'보다는 '보다 나은 것'을 택해서 쓰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Lunar new year'에도 중국의 시헌력이 음력의 기준이라는 중화사상이 있다고도 볼 수는 있으나, 간단한 범위 내에서 그나마 나은 명칭이며 'Chinese new year' 보다는 정확하다.



현재 구글 트랜드에서 LNY보다 CNY가 더 우세하다고는 하나, 이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황에 불과하다. 각종 순화 단어나 신조어의 경우에도 언론과 방송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다 보면 어느새 실생활에서 통용되곤 했다.

BBC나 워싱턴포스트 등 영미권 유력 언론에서는 LNY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영어에 영향받는 서구권에서는 LNY의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CNY가 더 범용적이라는 주장도 힘을 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