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3.
간혹 나이 어리다고 초면에 반말부터 하는 어르신이 있다.
젊은이들 입장에선 굉장히 불쾌하고 반말하는 상대방이 교양없고 못배운 것 같은 느낌만 든다.
반말과 관련된 문제는 현대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 중 하나로 자리잡았는데, 현대 한국 사회는 군대처럼 처음부터 사람의 상하관계를 정해놓고 시작하며, 이들은 대부분 상명하복을 강조하기 때문에 나이나 기수 등 서열에 따른 관계가 존재하게 되면 친하지 않은 상대에게 쉽게 말을 놓는(일방하대) 경향이 있게 된다.
말을 놓는 사람들은 그게 선임이나 선배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고, 그에 비해 반말을 듣는 쪽에선 거의 존댓말(일방존대)을 써야 하고, 이런 비대칭 때문에 한국어는 세대 간의 단절이 크단 평가도 있다. 특히 사회적인 관계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경우를 당연시하는 것에 의해, 학교 등의 경우에는 여전히 이런 상하관계가 많이 적용되고 있다.
솔직히 초면에 "내가 형/오빠/누나/언니 or 선임 or 선배니까 말 놔도(너를 일방하대해도) 되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여러 명 씩은 만나봤을 것이다. 이런 점을 비판하면 외국어에도 존댓말(존중어), 반말(평어)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유럽 언어만 봐도 신분제 사회에서 시민 사회에 이르면서 한국처럼 비상호적인 표현(일방존대/일방하대)은 줄어들고 존댓말은 공식(formal)적인 관계(존중어)으로 반말은 비공식(informal)적인 친밀한 관계 등(평어)으로 바뀌었다. 사실 informal하단 걸 반말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 오히려 평어(informal)와 존중어(formal)라고 번역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서양의 경우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국과 같이 존댓말과 반말로 완벽히 구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사람이나 지위가 낮은 사람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공손하게" (그렇다고 굽신대는 건 아니다. 자신보다 더 오래 살았음에 대한, 또는 자신보다 지위가 높음에 대한, 또는 경험이 더 많음에 대한 "존중"의 표현인 것이다.) 말하는 것이다. 영어라면 Sir, Madam 등과 같은 존칭을 쓴다거나, 단어 선택에 있어서 좀 더 격식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런 단어들을 사용한다.
애초에 사회가 나이, 지위, 권위 등에 대해서 더 위아래를 엄격히 따지는 계급형이 되었고, 언어 자체가 이미 존댓말과 반말이라는 양분된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너가 나쁜 거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반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게 문제인 거지, 단순히 반말을 하는 것만 가지고 문제가 있다고 하기에는, 애초에 사회 구성 자체가 그런 걸 당연하다고 용인하는 암묵적인 구조가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초면인 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점이 있지만, 그 논점조차도 결국 계급형 사회의 구조상 존재하는 상하관계에 의해 정당화된다는 입장이 존재하는 한 끝나지 않을 논점인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반말을 당연시하는 세대와, 그런 행위를 불편해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세대(또는 사람들)간의 충돌이며, 세대간 차의 과도기에 당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가능하다면 나이나 직위가 많은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초면이거나 친하지 않다면 존대 또는 최소한 반존대라도 하여 서로간에 기분 나쁜 상황을 만들지 않고, 반대로 나이가 어리거나 직위가 낮은 사람은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정중하게 상대방에게 부탁을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되는 시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