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등이 말하는 의대 공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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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등이 말하는 의대 공부량

의대 공부는 암기해야 할 것이 무척 많다. 의대 공부, 그중에서도 본과 공부량의 80~90%는 사실상 암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의 논리적 사고력(추론 능력)과 이해는 타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요구되지만, 무지막지한 암기력이 요구된다. 이렇게 암기 양이 많지만, 어쨌거나 일단 외워야 할 분량이 주어지면 어쨌건 꾸역꾸역 외워 내는 분위기다. 의대를 갈 정도의 성적이면 기본적으로 학문에 대한 끈기와 성실성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과 2학년이 끝나갈 때쯤이면 거의 100% 폐인이 되어있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우선 전공교재를 통째로 속속들이 외우고, 그간의 기출 문제를 모아둔 족보를 달달 외우는 것 외에는 사실상 왕도가 없다. 의사 내에서도 전문과목별로 인기차이가 있기 때문에, 졸업 후에 소위 인기 메이저과를 전공하기 위한 내부 경쟁이 치열하고, 따라서 평점도 자연스레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자연대나 공대, 사회대와는 공부하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머릿 속에 하나하나 쑤셔넣기도 벅찬 양이고, 의대 공부(특히 본과 공부)가 논리적 사고 및 이해와 추론보다는 암기 위주이다.

추후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무작정 암기하려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렇게 공부하기에는 일단 공부해야 하는 양이 너무 많은 데 비해 공부할 시간은 너무나도 부족하다.

모 의대에서 있었던 실화인데, 커리큘럼이 바뀌면서 1학점짜리 과목인데도 불구하고,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약 1,000 페이지나 되는 교과서 2권을 공부하고 족보까지 봐야 했고, 게다가 시험 스케줄까지 꼬여버리는 바람에 사실상 공부 시간이 1주일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2권을 모두 공부하고 족보까지 봤다고 한다. 역시 해낼 사람은 해낸다.

하지만 이러한 사항은 학교별, 학번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학년 내에서의 경쟁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얼마나 치열한지에 따라 편차가 존재한다. 특히, 의과대학의 학습량에 관한 이러한 수많은 무용담과는 달리 '유급하지 않는 것'만이 목표이거나, 평범한 성적(B-~B+) 이상을 바라지 않는 학생은 생각보다 여유있는 대학생활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신이라는 게 교수로 임용될 때까지도 따라다니는 꼬리표인 만큼, 인턴, 레지던트 과정 내에서 특히 중요하게 작용하고 원하는 과라는 게 대부분 있는지라, 여유있게 할 수 있는 학생들은 매우 드물다. 유급조차도 기준이 빡세고, 8~9등급이 넘어가면 거의 남들이 안 가는 최하 비인기과에 가야하는 만큼 대다수의 학생들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보다도 학업생활이 더 힘들 수도 있다.

본과 과정 동안은 모든 과목이 전공 필수이므로 수강신청 같은 것도 없으며 수업마다 강의실을 옮기지도 않고 과목 담당 교수가 해당 시간에 해당 강의실로 알아서 들어오시기에 초중고등학교와 동일하게 운영된다고 봐도 무방하며 따라서 의과대학의 강의용 시설은 분반 수에 맞게 준비해도 충분하다.(3학년 2학기~4학년 1학기는 실습이므로 강의실이 필요없음) 게다가 본과 1학년 때 반 명단이 정해지면 중간에 휴학 또는 자퇴하여 인원이 빠지거나 복학생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모든 과목에 쭉 적용된다.

본과의 수업 시수는 보통 고등학교처럼 1~4교시 수업이 매일 있으며, 오후에는 실습이 이뤄지는 식이다. 또한 블럭 강의의 경우 그냥 하루 종일 수업만 하는 경우도 많다. 공강은 없고 토요일 수업이나 실습도 주5일제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당연한 것이었다. 어쨌든 시수는 30시간 정도로 고등학교와 비슷하다. 보통 1교시부터 8교시까지 수업이 빡빡하게 잡혀있다.

전통적인 커리큘럼을 가진 의과대학의 경우에는, 중간/기말고사를 대략 1달씩 치게 되며, 블록제를 시행하는 의과대학의 경우에는 거의 매 주마다 시험이 있게 되면서 삶의 질의 저하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시험의 범위 및 공부할 분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고, 더군다나 방학도 불과 4~5주에 불과해 의대생들은 매해를 거칠 때마다 삭아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험 범위가 하도 무지막지한 관계로 의대 강의실 책상에는 거의 100% 컨닝의 흔적이 없다. 컨닝 페이퍼 쓸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 동안 훨씬 많은 분량을 외우는 것이 낫다.

땡시라는 특유의 시험 형식도 본과 1학년 때부터 시작된다. 띵동, 우두두두(이동하는 소리)하는 소리는 의사들이라면 대체로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본과 시기에 여름방학 기간은 대략 1개월 정도 주어지며, 겨울방학은 여름방학보다는 조금 길어 약 2개월 정도가 된다. 방학이라고 마냥 편하고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는 시험 성적 불량자 대상으로, 방학 동안에 재시험을 실시하곤 하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그 수많은 시험을 모두 좋은 성적으로 통과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학 중에도 재시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더러 삼시를 보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재수가 없으면 방학의 절반이 재시, 삼시로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유급을 당하여 1년을 다시 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다만, 의대생의 경우 다른 학과 학생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거나 토익을 준비할 필요가 없으므로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보통 의과대학 내부에만 적용되는 엄격한 유급기준이 도사리고 있고, 기타 학사 운영 자체도 타 과와는 별도로 돌아간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의대에만 적용되는 학칙 또는 전용 부칙을 따로 만들어 두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복수전공 불가 원칙도 바로 이 전용 학칙에 포함된다.

단순히 강의량이 많고, 암기해야 할 양이 많으며, 유급제도가 있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며, 원하는 과 수련을 받기 위해선 좋은 내신 성적을 받음과 동시에, 인간관계도 망쳐서는 안 된다. 6년 동안 생활하면서 생긴 평판은 계속 자신을 따라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