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없는 일본이 협력파트너?" 윤석열 대통령 삼일절 기념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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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없는 일본이 협력파트너?" 윤석열 대통령 삼일절 기념사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삼일절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와 독립유공자 여러분
오늘 백네 번째 3.1절을 맞이했습니다.
먼저,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04년 전 3.1 만세운동은 기미독립선언서와 임시정부 헌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갈망했던 우리가 어떠한 세상을 염원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지금 세계적인 복합 위기, 북핵 위협을 비롯한 엄혹한 안보 상황,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분절과 양극화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될 것이 자명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그 누구도 자기 당대에 독립을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에, 그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에,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진 선열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조국이 어려울 때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특히,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우리와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공동 번영에 책임있는 기여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우리 선열들의 그 정신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룩한 지금의 번영은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의 결과였습니다.
그 노력을 한시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이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선열에게 제대로 보답하는 길입니다.

영광의 역사든, 부끄럽고 슬픈 역사든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지키고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을 기억하고 우리 역사의 불행한 과거를 되새기는 한편, 미래 번영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계승해서 자유, 평화, 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2023년 3월 1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삼일절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라고 말하며 강제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미래 협력을 강조하는 기념사를 발표했다. 삼일절이라는 특성상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제강점기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했다는 비판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식민사관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물론 개화기 조선이 세계사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고, 고종, 흥선대원군, 명성황후 등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받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일본과의 안보 갈등 현황 외면에 대한 비판


일본은 19년째 방위백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기재하며 영유권 주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일본 해상초계기 사건과 같은 군사적인 도발 사건 이후에도 일본의 입장이 바뀌지 않고 있는 중에, 윤 대통령이 일본을 한국의 안보 협력 파트너 관계로 지칭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북핵 문제 등 일부 개별적 안보 사안에서는 일본과 협력할 수 있겠지만, 영유권 및 군사 도발 사건이 있던 상태에서 일본을 무조건적인 안보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은 섣부르다라는 것이다.



 


현재진행 중인 과거사 문제들


일본이 아베 신조 정권 이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자국의 책임 여부를 부인하는 노선을 걷고 있고,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죄·배상을 충분히 하지 않으며 대화를 거부하면서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위안부가 일본에 의해 강제로 연행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실려있는 등의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화해를 제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본이 윤석열의 제안을 받아들여 역사 문제 해결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면 모르겠지만, 윤석열의 화해 제스처를 역으로 이용해서 한일관계, 과거사 문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할 것이다라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실제 담화에서도 위안부 피해자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어 “3.1절 기념사로는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평가가 나온다.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임에도 과거사 문제가 완결된 것처럼 묘사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일본의 반응

3월 1일, 일본 정부와 언론은 호평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함께 협력해 대응해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이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과거의 한국 대통령들은 삼일절 축사에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미래지향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