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금괴 1000톤 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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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금괴 1000톤 루머


2021. 1. 9.

2012년 18대 대선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극우 세력들이 "과거 부산 문현동에 있던 일본군 해군 어뢰 공장에 일제가 숨긴 금괴 1,000톤을 문재인이 몰래 탈취했다"는 내용으로 한 인터넷 게시판에 퍼뜨린 루머. 이후 금괴는 200톤으로 정정(?)되었다. 그와 함께 자기앞수표로 약 20조 원의 비자금을 갖고 있다는 루머도 퍼뜨렸다.

긴 내용을 축약하자면, 당연히 허무맹랑한 헛소문.

이 문서를 읽다 보면 알겠지만 너무나 허무맹랑하여 '루머'라고도 부르기 부끄러울 정도다. 어느 정도 상식을 갖춘 사람 중 이걸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좌파 우파 다 떠나서 없다. '사실은 이게 다 금괴로 매수해서 가능한 것'이나 '그런 건 가지고 있는 금괴로 해결하면 되잖아' 같은 식의 농담으로나 쓰인다. 아니면 친문 진영에서 '쟤들은 예전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루머도 믿었다'라며 조롱할 때 쓰이는 정도.

결국 고령층에서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는 가짜 뉴스가 얼마나 퍼지기 쉬운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후술할 내용도 루머에 대한 반박으로 참고해봤자 쓸 일은 거의 없다. 그냥 경제에 대한 이런저런 잡지식 정도로나 참고해두자.



우선 자기앞수표 자체가 추적이 쉬워서 비자금으로 전혀 적합하지 않다. '수표'라는 물건은 누가 얼마를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 훤히 드러나는 물건이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비자금이나 불법 정치자금 관련 사건에서 수표를 썼다는 말을 얼마만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사과박스나 차떼기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에 검은 돈은 무기명 채권, 양도성 예금 증서(CD), 현찰 박치기가 기본이었다. 그나마 무기명 채권은 발행이 중단된지 오래고, 양도성 예금 증서는 2006년부터 등록제로 바뀌고 전산으로 거래하게 되면서 검은 돈에는 쓰이지 않게 되었다.

거기다 자기앞 수표로서는 20조라는 금액이 너무나도 터무니없다. 자기앞수표 20조 원어치를 발행하려면 계좌에 20조 원이 있어야 한다. 분산했든 안 했든 20조를 금융 기관에다가 개설해 둔 입출금 계좌에 예치해 두고 사는 사람은 절대 없다. 그리고 2018년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큰 민간 은행인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총 자산이 각각 339조, 335조 정도 되는데, 총 자산의 대략 5% 이상을 즉시 빼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 은행은 모든 업무가 사실상 완전히 마비될 것이고, 이 정도 돈이 일시불로 빠져나간다면 해당 수표를 발급한 은행에 뱅크런이 난다. 은행 총 자산은 남들에게 빌려주고 받아야 할,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없는 돈도 나중에 받을 수 있다면 보유 자산으로 치부하므로 실질적 보유량(= 즉각 지급 가능한 자산 보유량)은 총 보유량의 약 1/4~1/5즈음 왔다 갔다 한다는 연구가 있는데 이것이 맞다면, 20조 원을 한번에 뽑으면 은행의 자본 보유율 그래프가 갑자기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버릴 것이다.

그리고 자기앞 수표는 사용자가 돈을 쓰려고 하면 은행에서 바로 내줘야 한다. 만약 못 내주면 부도 → 사기죄에 해당되므로 자칫 잘못하면 은행의 고위층들이 줄줄이 구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한 10억 원 정도 되는 금액의 수표를 은행에 들고 가서 인출해달라고 요청하면 지점장이 버선발로 뛰쳐나와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얘기하자고 한다. 은행 본점이나 지역 본부 혹은 기업단지에 위치해서 돈 출입규모 자체가 큰 지점이 아닌 일반적인 은행 지점은 10억 원의 현금이나 현물성 자산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정말 현금으로 내주려면 지점장이 해당 고객에게 차 한 잔 하자고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에 직원들이 근처 타 은행의 지점이라도 들쑤시듯 뛰어다니면서 현금을 공수하거나 해당 은행의 지역 본부에 접촉해서 현금 수송 차량을 예금 인출 요청을 받은 지점으로 보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어지간하면 그냥 수표 그 자체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계좌로 입출금되기 때문에 10억 원어치 현금은 보통은 눈으로 볼 일도 없다. 다만 로또 1등 당첨금을 찾을 경우 현찰이 아닌 계좌로 쏘더라도 지점에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돈이고, 혹여나 진짜로 현찰로 받겠다는 괴짜가 등장하면, 현찰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로또 1등 당참자에게 괜히 번거롭게 서울에 있는 은행 본사로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하여튼 그런 이유로 인해 수표는 사용할 경우를 대비해 은행에서 그만큼의 액수를 현금이나 최소 단기 채권으로 준비해둬야 하는 물건인데, 은행에 들어있어도 자산의 5%를 현금으로 묶어놔서는 업무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법률에서 규정된 은행 지급 준비율은 7%밖에 안된다. 국가에서도 이 정도 액수의 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총의결을 거쳐야만 할 사안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 사업'이라고 하던 경부고속철도의 1, 2단계 전체 사업비가 20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더 유명한 금괴는 더더욱 터무니없다.

2019년도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금 200톤을 대한민국 원으로 환산하면 대략 9조 5594억 원이고 1,000톤은 47조 원이다. 이 시점 빌 게이츠 재산이 대략 90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의외로 적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빌 게이츠 재산은 거의 다 주식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생각하자. 100억의 주식을 가진 사람과, 현금 박치기 100억이 가능한 사람은 같아 보여도 엄연히 다르다. 단순 액면가는 같을지 몰라도, 안정성 면에서 현금이 주식보다 훨씬 안정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식 부자들은 지분 유지 등의 이유로 실질적인 금권은 재산의 한 자리 수 퍼센테이지밖에 휘두르지 못한다.

주식 부자들은 실제 재산으로서 많은 돈을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하면 주식값이 폭락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만약 엄청나게 많은 주식 자산을 바로 현금화시킨다면 작전 세력으로 찍히고 재산부터 압류당한다. 그래서 좀 규모가 되는 기업의 대주주(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가 주식을 매각할 때는 일반적으로 공개 매각 선언을 해서 매수 의향자를 모집한 뒤,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매수 의향자와 실사를 통해 기업의 현재 현황 등을 체크한 뒤 잔금을 지불받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법적인 문제도 피하고 경영권 프리미엄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수르가 거대 IT 부자들에 비해 재산의 액수는 훨씬 적은데 초호화 경기장이나 축구단을 바로 매입할 수 있는 이유가 현금과 현물(석유) 부자기 때문이다. 다른 IT 부자들은 지분을 포기하고 주식을 처분해야 하지만, 만수르는 재산 대부분이 현금과 석유라는 현물이기 때문에 즉시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현금을 다루는 일개 헤지펀드 매니저가 자기 자산의 수십 배는 되는 거대 기업을 휘어잡을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교환 가치의 화신, 돈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금 앞에서는 그 현금조차도 꼬리를 내려야 한다. 현금은 국외 거래의 경우 국외 화폐로 환전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금은 그마저도 불필요하다. 세계 어느 나라로든 그냥 금덩어리 들고 가서 원하는 걸 구매하면 끝. 또한 현금은 발권국가의 신용에 따라 가치가 등락하며, 나라에 환란이 와서 디플레이션이 강하게 발생하면 단기간에 가치가 떡락한다. 오죽하면 브레튼우즈 체제 시기까지의 금본위제도 하의 국제경제는 "현금은 여차하면 휴지조각이 될 수 있으니 보유자가 원하면 금으로 바꾸어준다"는 보장이 있었을지 생각해보자. 쉽게 말해 사람들은 현금보다 금덩어리를 더 믿었던 것이다. 금과 주식의 유동성 차이는 크다. 주식 자산으로 금권을 휘두르려고 현금으로 처분할 때에, 금을 가지고 있는 측은 즉시 자본 공격이 가능하다. IMF 사태 당시에 전국적으로 금모으기 운동을 한것도 그만큼 금을 보유했을 때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게 대단한 '금'이라는 걸로 저 정도 재산이 있다? 문재인은 재력만으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에 필적하게 된다. 이 정도 금을 비자금으로만 숨기고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물론 이건 그 정도 금이 있었을 때 이러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고, 그 전에 그 정도 금을 가지는 게 가능은 한지 따져보려면 역사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봐도 문재인이, 혹은 비슷한 세대의 그 어느 누구든, 그 정도의 금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중앙 은행(일본은행)에 보유한 금괴가 광복 이전 최호황기였던 1925년 기준으로 860톤이 조금 넘었고, 대공황과 중일전쟁으로 경제가 개막장이 된 1940년에는 중앙은행 금 보유량이 겨우 145톤으로 수직 낙하해 버렸다. 20세기 전반기는 금이 곧 국가의 재정력이었던 시절이라 국가들이 총력을 동원해 금을 매입하던 시기였는데, 그 시절 열강들 중 하나였던 일본도 900톤도 못 가졌던 것이 금이었다.

루머를 처음 제창한 극우 세력도 자신들이 너무 무리했다고 느꼈는지 슬그머니 숫자를 1000톤에서 200톤으로 줄였는데, 어차피 현실성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1940년 당시 일본은 금 보유량이 150톤도 안 되는 형편이었다. 참고로 IMF사태 때 금모으기 운동에 쓰인 금이 약 225.79톤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전세계의 금 시장에 파장을 미쳤고, 이러한 일로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국민성에 대해 심도 있게 주목하고 대서특필했을 정도였는데 국가도 아니고 일개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금괴 1000톤, 아니 200톤도 얼마나 큰 파장이 나올 지 상상할 수가 없을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중앙 은행에 금 1,000톤 이상을 보유한 국가는 세계에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스위스 딱 이 6개국밖에 없고, 금이 200톤만 있어도 문재인은 세계 21위의 금 보유국과 동일한 인물이 된다. 참고로 21세기 초 대한민국의 금 보유량은 104톤, 영국의 금 보유량은 310톤이다.



농담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의 일개 개인이 금 1000톤을 가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나라였다면, 미국 따위는 그냥 찍어누르고 최소 몇십 년 전부터 한국어가 만국 공통어로 되었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지위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국가에 속한 개인이 이 정도의 재력을 가지는 경우면 국가로서는 정말로 그 어떤 짓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으며, 그정도의 재력은 역사를 바꿀 정도의 힘이 있는 것은 물론 그 사람의 행보 자체가 그냥 역사가 된다!

문재인이 직접 손을 안 대도 재벌 개혁을 원한다고 말만이라도 한다면 재벌들이 알아서 문재인의 눈치를 보면서 스스로를 개혁했을 것이다. 웬만한 강대국보다도 많은 금을 가진 사람이 원한다는데 안 하고 배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만약에라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금 1천 톤이 뭐 대수라고! 배째!' 하면서 개혁을 안 하고 개기면? 즉시 문재인의 자본 공격으로 해당 재벌은 산산조각나거나 그룹 전체가 피인수될 것이다. 포브스에서 매년 측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목록에 러시아 대통령, 중국 국가 주석, 일본 총리 이상으로, 미국 대통령에 버금갈 정도로 영향력이 초강력하다고 나왔을 것이다.

금 1000톤, 200톤은 커녕 100톤만 있어도 문재인은 진작에 정치계에서 황제와 같은 권력을 누릴 수 있다. 저게 다 비자금이라 치고 그 중 딱 10톤만 공개해도 2019년 기준 4700억원 가량으로 위에 나온 김세연이나 안철수 이상의 거부다. 정치인에게는 자금력도 상당히 중요한 힘이라, 그 정도 자금력으로도 대한민국 진보정당이나 민주당계 정당의 힘은 현실보다 몇 배나 막강했을 것이다. 심지어는 정치력을 얻기 위해서 민주화 운동가가 보수 정당과 타협한 3당 합당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혹은 3당 합당이 일어나도 민주화 운동가가 주도가 되는 쪽으로 이루어 졌을 수 있고, 아예 처음부터 3당합당 이전에 현재의 보수정당 계보를 따라가는 정당이 모셔오려고 할 정도로 정치 스펙트럼이 확 뒤집어졌을 수도 있다. 독재 정권 시절의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 보수정당은 야당이던 시절에도 지역 조직력과 자금력이 막강했으며, 그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2018년 지방선거쯤이나 되어서야 간신히 무너졌을 정도다.

애초에 문재인 이전에 일제가 1,000톤에 이르는 금을 비밀리에 가졌더라면 대공황에도 끄떡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군부의 폭주도 적절하게 늦추면서 전략적인 동맹 관계에 대한 계산을 더 돌려보게 되면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 가능성도 조금이나마 있을지도 모른다. 대신 전세 변화를 감지하여 전쟁에 참여하더라도 추축국이 아니라 미국과 손잡고 그 대신 조선의 지배권을 미국에게 인정받는, 더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통치 행위를 저질렀을 것이다.

그리고, 과연 금괴 1000톤의 값어치만 있겠는가? 금 1000톤의 10~20%로 석유, 희토류, 우라늄 등 중요 자원들을 구입하고 각각 5% 정도로 방위산업체와 민간군사기업을 매수하면 거의 중소 규모 이상의 왕국이 하나 생겨난다. 즉, 조나단 아이언스와 아틀라스 코퍼레이션의 현실판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