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9.
2023년 3월 6일, 윤석열 정부에서 타결된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외교적 해결안으로,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서, 한일기본조약으로 청구권자금의 수혜를 받은 한국의 국내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제3자 재단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을 대납하는 방식이다.
2023년 1월 5일, JTBC에서 곧 공식화될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과 관련해 정부가 일본의 사과 요구 수준을 낮출 것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2023년 1월 13일 외교부가 국회에서 개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공식화되었다. 민법상 제3자의 변제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일본 기업이나 정부에서 현재 배상을 거부하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우리 정부측에서 먼저 한 발 물러선 입장을 표한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2018년 대법원에서 한 차례, 2019년 재차 대법원에서 승소한 판결을 두고 일본 기업이 배상에 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일본기업이 져야할 책임을 두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주지 않는 이유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에게서 온전하게 배상조차도 받지 못한다면 피해자들이 바라는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태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희상 전 의장은 윤석열 정부의 방안에 원론적으로는 찬성하나 여야 합의와 국민적 동의, 피해자 동의를 전제로 한 입법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일본 전범기업들이 배상금 형식이 아니라 성금 형식이라면 기꺼이 돈을 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요미우리는 “일본은 한국에 반도체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 전 한국이 WTO 제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측은 규제 해제와 WTO 제소 취하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면 수용 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안에서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는 빠졌으며, 일본의 사과도 직접적인 사과, 반성 언급을 피하고 이전 내각들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간접사죄’ 형식으로 이뤄졌다.
2023년 3월 15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윤석열 대통령 단독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일본 피고 기업이 아닌 한국 재단이 대신하는 ‘제3자 변제’로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내가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일본에서 나오는 우려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키며, “나중에 (한국 쪽이 일본 피고 기업에) 구상권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이번에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2023년 3월 16일, 대통령실은 일본의 직접적인 사과가 없단 지적에 대해 '일본에게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더 이상의 사과나 일본의 태도에 대한 비판을 정부 차원에서 포기할 것임을 천명했다.
피해자 측의 정부안 철회 요구
2023년 3월 7일 강제동원 피해자 측, 시민단체는 정부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정부 강제동원 해법안을 규탄하는 긴급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도 시국선언 대회에 참석하여 정부에 철회를 요구했다.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를 비롯해 이미 상당수 피해자 측이 정부 안에 거부 입장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피해자 대리인단은 정부 안에 거부하는 피해자들은 일본 전범 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강제집행하기 위한 추심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피해자 의사에 반해 법원에 돈을 맡기는 공탁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할 경우에는 무효화하는 절차도 밟겠다고 밝혔다.
2023년 3월13일 미쓰비시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와 일본제철 생존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는 대리인을 통해 제3자 변제의 주체가 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정부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 재단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피고 기업들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며, 향후 법적 절차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 절차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2명은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추심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리인단은 "미쓰비시중공업이 가진 국내 법인에 대한 금전 채권에 대한 소송인 만큼 기존에 현금화 절차가 필요했던 주식이나 특허권과 달리 경매 등 절차 없이 1심 판결에서 원고가 승소하고 가집행 판결까지 나오면 곧바로 채권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는 미쓰비시중공업이 보유한 특허권·상표권 압류 및 매각 결정도 받아냈으며, 미쓰비시중공업이 불복해 항고하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기다리고 있다.
피해자가 정부 공탁에 반발하면 대법원이 변제안의 적법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법원 확정판결로 생긴 개인의 권리를 정부가 침해할 수 없고, 정부가 대신 변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공탁이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안의 위법 가능성이 더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대법원이 공탁의 적법성을 어떻게 판결하냐에 따라 정부안의 실현 가능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의 의사 무시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지금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일본 사람을 위해 사느냐, 아니면 한국 사람을 위해 사느냐. 참 이해가 안 간다.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일본 피고 기업이 아닌 한국 재단이 대신하는 ‘제3자 변제’로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내가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한국이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는다. 걱정할 필요 없다. (재단을 통해) 변제가 (피해자들에) 이뤄지면 논란도 수습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동안 외교부는 ‘제3자 변제’로 대표되는 양보안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 및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혀왔는데, 처음부터 자신의 의중대로 밀어붙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사실상 모순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이런식으로 진행됐는지 이유가 드러났다. 윤석열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일본 피고 기업이 아닌 한국 재단이 대신하는 ‘제3자 변제’로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내가 생각한 것”이라고 본인이 직접 시인한 것.
대법원 판결과 충돌
이번 대납안은 일본 측의 주장을 수용하여, 일본 피고기업들에 배상 책임을 묻지 않고 국내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11년 가까이 이어져온 논란을 귀결시켜버렸다. # 행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사법부가 내린 판결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 부대변인은 '백운기의 시사1번지'에 출연해 "대한민국 내에서 유효한 판결이고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삼권분립을 취하고 있는 현재 우리 헌법 체계 하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된다"면서 이번 대압안은 사법부의 최종적 권위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등 총 49개 단체는 성명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 없는 배상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과와 배상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돈을 지급하려는 방안은 아무런 반성 없는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고 비판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사실상 무력화한 행정부의 결정이 삼권분립을 위반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신을 퇴색시키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까지 성명서에서 “삼권분립의 원칙 등 헌법적 질서에 대한 존중과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일방적인 해법”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이고 위험한 강제동원 판결 해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국제법적 타당성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창록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을 원인으로 하는 권리가 '해결'되었다고 할 수 없으며, 협정으로 '해결'된 권리의 주체도 개인이 아니라 국가라고 보았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강병근은 한일 청구권 협정문 자체만 보면 강제징용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한국 행정부가 과거에 표명했던 입장이 이와 반대되기는 하나 이에 입각한 추후실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정문의 해석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보았다.
조선대학교 법사회대학의 김어진과 정구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반인도적 범죄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의 개인배상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국가 간 합의로 소멸될 수 없다고 보았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의 신우정은 강제징용이 국제법상 강행규범의 위반이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국가 간 합의는 효력이 없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강행규범은 국제법상 최상위 규범이므로 관습국제법에 의해 제공되는 (일본에 대한) 국가면제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
가해자의 책임이 빠진 방안
그동안 일본은 '강제동원은 없었다', '배상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우린 해결했는데 자꾸 한국쪽에서 말이 나오니까 해법은 한국이 마련해오라'고 주장해왔는데, 이에 신냉전이 도래하고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인 '해법'을 내놓으면서 한발 물러선 꼴이 되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매국합의라고 비판받았던 위안부 합의 때는 최소한 일본이 마지못해 사과했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10억 엔의 위안부 재단 출연금을 받아내기라도 했다. 그래서 일본 극우쪽에서 반발이 적지 않게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납안은 일본측 주장인 한일기본조약을 반영해 일본 정부 및 기업에게 직접적으로는 단 1엔도 명시적으로 지불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피고인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대신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한국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 총 15명(생존자 3명)에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은 피고 기업이 기부금 조성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다른 기업들이 일본경제단체연합회(약칭 '경단련')에 돈을 내는 방식을 추진 중이긴 하나, 이 기부금도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래청년기금'(가칭)을 조성해 공동운영하는 방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본의 '호응 조치'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뤄지는 셈이어서 일제 강제징용의 불법성을 적시하고 배상하도록 한 한국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게 됐다. 일본 기업도 '강제동원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곳이라면 돈을 내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전형적인 물타기”이며 “다른 쪽에 북을 때리면서 자신들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이 제기됐다.
더군다나 이 '미래청년기금'의 경우, 실체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일본에 유학하는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인데 한국이 박사학위자 한 명 배출하지도 못하는 개발도상국도 아닌데다, 결론적으로도 해당 기금은 결국 일본 대학이 수령한다. 실질적으로 한국를 위한 효용성이라고는 없거나 매우 제한적인 구태의연한 방안인 셈.
재원 마련 방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우선 출연 대상으로 지목된 포스코와 한국도로공사, KT&G, 한국전력, KT 등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들에 대한 언론 취재에 따르면 이들 기업과의 사전 조율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코레일 등의 경우, 우선 출연 대상을 나누는 경협자금 수혜 기업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2023년 3월 현재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관련 소송은 70건에 육박하고 유족을 포함한 원고만 1,139명이다. 앞서 확정된 판결 3건의 위자료가 1인당 1억~1억5,0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의 부담액은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호응 미비
신냉전 상황이라는 중요한 환경에서 아무런 외교적 이득 없이 손해만 자처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본의 입장 표명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로 일본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담긴 '사죄와 반성' 표현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계승한다”고 표명하는 데 그쳐, 실질적으로 한국은 얻어낸 것 없이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구애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게다가 한일 무역 분쟁으로 일본이 한국에 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다른 논의"라며 선을 그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할 때부터 "한국 대법원 판결의 보복조치가 아니다" 라며 부정해 왔었다. 그러나 이미 아사히 신문 등의 일본 언론은 수출규제가 보복조치임을 말하고 있었으며, 대한민국의 한국기업 대납안이 나오자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을 2019년 7월 보복조치 이전으로 되돌리는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수출규제가 정치적 보복행위임은 일본이 공식적으로만 부인할 뿐 명확한 사실이 되었다.
일본 정부는 추가적으로 지소미아 정상화도 한국 정부가 먼저 풀라고 요구했으며, 한일 초계기 갈등에 대해서도 암시하며 먼저 사과하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요미우리신문은 이제 초계기 문제,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남아있다고 꼽기도 했다.
게다가 일본이 유엔에서 '한국 사례의 경우 강제노동 사례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2023년 1월 31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UPR) 절차에서 강제징용이 입국·취업 경위 등에 비춰 국제 노동협약에 나오는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으며 이는 윤석열이 보상안을 발표한 다음날에도 그러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강제노동을 인정할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납안 발표 3일 뒤에도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한국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가 있고, 불과 사흘 만에 강제동원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한국 정부의 강제 동원 해법안 발표 전부터 일본 내부에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사과'를 직접 언급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했었고, 실제 기시다 총리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히면서도 '사과'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이후 일본 외무장관의 강제 노동 부인 발언도 나오는 등 일본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강제 동원과 관련한 일련의 모습들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3년 3월 16일 한일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만을 반복하며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국 내 여론을 호전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겠냐'는 한국 기자단의 질문에 대해서도 "앞으로도 양국 공조를 통해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한국 측이 요구해온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전된 입장 표명' 등 핵심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 외교 당국은 강제징용 해법 발표 후 일본과의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일본 측에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명시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기시다 총리의 입으로 직접 말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했으나, 일본 측은 회담 직전까지 확답하지 않았고 결국 기사다 총리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기존 입장만을 반복했다.
또한 피해자 배상금의 제3자 변제 시, 구상권 문제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못박았는데, 이에 대해 외교가에선 "대통령 차원에선 명확한 언급을 아낀 채 보다 유보적 입장을 취했어야 추후 일본의 호응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레버리지로 사용 가능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일 양국 간 갈등 요소에서 한국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일본의 분위기는 더 짙어졌다. 3월 17일 윤 대통령은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를 만났는데, 여기서 이즈미 대표는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위협 비행 사건’과 ‘위안부 소녀상’ 건립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이해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일본 매체들도 앞으로의 한일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한국 정부의 노력’에 달렸다고 주장하며 한국의 이해와 양보를 대놓고 요구하는 논조를 펼쳤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도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정권이 교체되도 일본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까지 일본의 호응을 불러오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에서는 애초에 주고받는 식의 협상이 아니라며 일본이 성의있는 호응을 보이지 않은 것을 두둔하고 나섰다. 또한 기다리면서 신뢰를 쌓으면 분명 반대급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